지난 20여년간 한국의 제1교역국으로써 지위가 공고했던 중국과의 무역 구조가 변화를 맞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반에서 역내 국가간의 무역 비중이 상승하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의 역내무역비중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한·중 양국의 상호의존도 관계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 중국은 자급률 제고와 기술수준 향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로부터의 중간재·최종재 수입 비중이 감소하고 1차산품 수입이 확대되었다. 또한 중간재 제조 역량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 산업에 적극 진입하면서, 수출에서는 고위기술 및 중위기술 중간재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다만, 우리나라로의 수출은 중간재 중에서도 원자재가공품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특징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2020년 이후 정체된 반면 수출에서의 중국 비중은 하락하였다. 우리나라의 대세계·대중국 수입은 모두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대세계 수입 증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대중국 수입 확대는 첨단산업 핵심소재인 원자재가공품 수요 증가에 기인한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석유화학·이차전지 관련 원자재가공품과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고위기술 중간재로 양분화되는 현상이 강화되었으며, 그 결과 중국의 경기변동과 자급률 제고의 영향에 취약해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개별 기업 수준에서도 우리 주요 기업의 중국 공급선 비중, 중국 소재 설비 비중 등 대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2020년 이후 우리 기업은 국내외 공급업체 수를 확대하고, 대중국 투자를 축소하는 등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과 EU의 대중국 수출입 및 투자 제재,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 등 한·중간 교역뿐만 아니라 한국의 산업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가 점차 상시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장기적으로 대중국 수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국 수출품목을 소비제품으로 다변화하고 2·3선 도시 등으로 내수시장 진출 확대에 힘써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원자재가공품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과 같은 다자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고, 원자재 가공·제련 기술 국산화를 위한 중장기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