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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반년 간 150원 ‘뚝’ …낭떠러지 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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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2,552

팬데믹 이후 반년 간 150원 ‘뚝’ …낭떠러지 외환시장
전문가들, 원/달러 점진적 하향 전망… “미 대선, 누가 당선되든 달러 약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원/달러 환율이 150원 이상 폭락했다.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선언 직후인 3월 19일 장중 1296.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0월 27일 장중 1125.1원까지 주저앉았다.

환율이 112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21일 1127.7원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지난 10월 23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환율 급락세가 잠시 주춤한 바 있지만, 독일 경제 호조세로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였고 다음 영업일인 26일 들어 원/달러도 1120원 선을 뚫고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이어진 달러와 약세와 위안화 강세가 환율을 계속해서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러한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루 웨이브’가 약달러 이끌었다 = 글로벌 금융시장이 팬데믹으로 패닉을 맞이했던 2분기를 지나고 3분기에 들어서면서 환율 변동성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한국은행이 10월 28일 발표한 ‘2020년 3분기 중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률 평균값은 0.24%로 지난 2분기(0.45%)보다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오가는 금융 흐름의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외국환은행의 현물환·외환파생상품 등 외환거래 규모는 하루평균 495억6000만 달러로 이전 분기(520억2000만 달러)보다 24억6000만 달러(-4.7%) 감소했다. 이는 지난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낸 것으로 지난 2016년 4분기(446억6000만 달러)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한은은 “환율이 하향 안정화된 가운데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세 둔화, 외국환은행의 단기 외화자금 수요 감소 등으로 관련 외환파생상품 거래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증권자금 순매수액은 2분기 28억2000만 달러에서 3분기 20억8000만 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10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동안 30원 이상 급락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외환시장이 개장한 10월 5일 장중 최고 1166.5원/달러였던 환율은 미국 대선 일자가 다가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블루 웨이브’ 전망이 달러 약세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블루 웨이브’란 미국 민주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석권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거듭된 여론조사와 TV토론 이후 바이든 후보의 당선 확률 증가에 따라 외환시장의 약달러 기조는 더욱 빠르게 강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100을 기준으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93~94 범위를 오가고 있었으나 최근 92대로 떨어졌다.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하반기 들어 4% 가까이 하락하며 이동평균선을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후보의 무역통상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보다 불확실성이 덜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되면서 그의 당선은 약달러의 신호로 여겨졌다. 미중 무역분쟁의 긴장도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덜해질 것이 예견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도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세를 보이면서 위안화 가치도 상승세를 보였다. 위안화의 경우 우리 경제가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화와 외환시장 ‘동조화(Coupling)’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위안 중반대의 낮은 수준을 견지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더불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 이어질 것 =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원/달러 하락을 이끄는 약달러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블룸버그>에 게재한 칼럼에서 “달러 폭락이 다가오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매체에서는 미국 달러지수가 향후 2년간 31%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보도됐다. 세계 최대 자금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에서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그룹과 UBS자산운용 등 7조3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블랙록과 더불어 달러 매도에 동참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니라지 세스 블랙록 아시아 크레딧 대표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소 1~3년 더 점진적인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정책 행동의 일부는 이미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하락세가 선거 결과에 따라 ‘일시 정지’를 보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약세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며 “원론적인 관점에서 달러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선거 때문에 그런 방향이 역전되거나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10월 중순 들어 삼성증권은 중장기 달러화 약세전망을 유지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가 장기 평균수준 대비 약 10% 고평가를 유지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향후 2~3년간 약 15~20%의 달러화 추가 약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미국 외 주요국 경기 회복 ▷미국의 완화정책 장기화 ▷중국 쌍순환 전략 본격화 ▷내년 2분기 이후 EU 리커버리펀드 본격 가동에 따른 유로화 강세 재개 등을 들었다. 원화는 지난 5월 25일 실질실효환율 기준 역사적 평균의 1표준편차 하단(약 1240원)까지 절하된 이후, 현재까지 달러 대비 약 7% 절상됐다.

삼성증권은 앞으로도 원화가 주요국 통화들과 유사한 속도로 달러화 대비 점진적인 절상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2020년과 2021년 말 기준 원/달러 환율 전망을 각각 1120원과 1050원(기존 1160원과 1120원)으로 하향조정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0년과 2021년 말 기준, 달러/유로와 위안/달러 환율을 각각 1.20달러와 1.25달러(기존 1.17달러와 1.20달러), 6.6위안과 6.3위안(기존 6.8위안과 6.5위안)으로 수정하고, 엔/달러 환율은 110엔과 113엔으로 유지한다고도 덧붙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2021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제한된 약달러 속에서 점진적으로 하향하리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미중갈등 지속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가치 절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기 회복 모멘텀이 양호한 가운데 국내외 금리 차가 확대되고 위안화 채권투자가 증가하는 등 달러 공급 우위 환경 속에서 위안화와 커플링(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다만 경상흑자 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유입이 제한되는 등 국내환경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연기금들의 해외투자 확대 기조 등 달러 수요 자극 요인이 원/달러 환율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내년도 환율에 대해 올해 환율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전망했다. ‘2021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원/달러 환율이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와 달러화 약세 및 풍부한 국제유동성에 따라 연평균 1184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주요 국제기구들이 2021년 세계 경제가 성장률 5%대의 완만한 회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올해 -4%대의 역성장을 고려할 때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러한 세계 경제 회복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뒷받침하면서 미국 중심의 달러화 집중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회복 시 한국경제의 안정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을 상위 3번째 등급(무디스 Aa2, S&P AA, 피치 AA-)에 두고 있어 우리 경제가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풀이됐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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