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업계 코로나19 피해 점검 긴급 좌담회(1)
주최자 피해 2000억… 업계 전체론 4000억~5000억 추산
금전적 피해는 물론이고 파트너사와의 관계에도 타격
상반기 전시회 연기에 하반기 업계 생태계 혼란 예상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전시회가 취소·연기돼 관련업계가 예기치 못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전시산업계에도 이에 대한 대응과 변화라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한국무역신문>은 창간 13주년을 맞아 5월 15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시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전시업계 코로나19 피해 점검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시산업 부문별 피해 현황 점검 ▷정부와 각 업계의 대응 방안 및 평가 ▷해외 주요국 전시산업계의 대처 현황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시산업 변화 전망 ▷국내 전시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세부 주제로 다뤘다. 황희곤 한국무역전시학회 회장 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전시장 운영자 대표로 강호연 코엑스 전무 ▷전시 주최자 대표로 강신동 베페 전무이사 ▷전시디자인설치 업계 대표로 양은석 한국전시디자인설치협회 회장 ▷해외전시사업자 대표로 김유림 넥스나인 대표가 좌담에 참가했다.
▲<한국무역신문>이 창간 13주년을 맞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전시업계 코로나19 피해 점검 긴급 좌담회’에서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철한 기자]
황희곤 : 먼저 부문별 피해를 짚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시회가 개최되지 않으면 당사자인 업계뿐 아니라 전시 참가를 계획했던 중소기업들 또한 마케팅 기회를 잃게 돼 힘들어진다. 지역 사회에도 피해가 있다. 전시 업계와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피해 현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강호연 : 최근 언론에서 전시장 운영자, 전시 주최자의 피해에 관해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가려져있는 부스 설치 업체를 비롯한 서비스, 디자인 등 영세업체들의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인 코엑스의 경우 현재 5월 말까지 전시회만 39개가 취소됐다. 회의실 예약 현황을 살펴보면 오늘(15일) 아침 기준 254건이 취소, 119건이 연기됐다. 특히 국제회의 같은 경우는 올 연말에 있는 회의까지도 내년, 후년으로까지 연기가 되는 상황이다.
코엑스는 타 전시장과 달리 연간 전시 일정이 풀부킹이다 보니 하반기로의 이월이 불가능하고 피해액도 상당하다. 전시회 취소로 발생한 피해액이 94억, 연기로 인한 피해액이 20억, 축소에 따른 게 3억 정도로 총 117억 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회의실 같은 경우 취소 77억, 연기 17억으로 총 94억 원가량 피해를 입었다. 100% 개최됐을 때와 비교해 이런 피해액이 생긴다는 것이고, 위약금은 또 다른 문제다.
산업 전체를 보면 전시회 자체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약 4조1600억 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중 2분기만 해도 1조 원 이상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강신동 : 2월부터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해졌다. 5월까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 거의 모든 전시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각 주최자별로 살펴보면 작게는 수십억부터 규모가 큰 주최자들은 100억 이상까지도 매출이 완전히 누락된 상황이다. 한국전시주최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직접피해액(매출누락액)이 2~4월 접수된 것만 122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미접수분과 5월 이후에 취소된 전시회까지 추가된다면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최자가 2000억 원이 넘는다면 디자인설치나 서비스, 기타 전반적인 분야까지 범위를 넓혔을 때는 피해가 두 배는 족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소 4000~5000억 원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피해가 큰 이유는 2~5월이 세미콘코리아를 비롯한 대형전시회가 집중돼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전시주최사업 특성상 주최사의 매출이 매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기 내지 연단위이다보니 단기간에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전시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참가비를 이월시켰기 때문에 내년 전시회까지, 또 내년 수지나 경영 상태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상반기 전시회들이 하반기로 많이 연기되면서 하반기에 개최될 예정이던 기존 국내외 동종 전시회들과 개최 시기가 겹치는 일이 발생할 텐데, 이는 참가업체·바이어 유치 등에 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개별 업체에 초점을 맞춰 보면 파트너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빈번하다. 베페도 2월 20일 개최할 예정이던 전시회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참가업체와 대립이 많았다. 주최자 입장에서는 성과가 적을지라도 개최를 하는 쪽으로 결정하고자 했고, 참가업체들은 사태가 이런데 어떻게 전시회를 강행하느냐는 입장이었다. 물론 참가업체들은 참가비를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었다. 주최 측도, 참가기업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장하다보니 수십 년 간 거래했던 고객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지금 베페는 8월 전시회 세일즈를 위해 업체들과 미팅하고 있는데 이때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은 상태다. 이처럼 금전적인 피해 외에 전시·주최자의 신뢰도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는 실정이다.
김유림 : 해외전시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전에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해외전시사업자는 주로 해외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한국관이나 중소기업을 유치해 자리 예약부터 마케팅 활동에 이르기까지 제반적인 사항을 맡아 진행한다. 반대로 국내 전시회에 해외 바이어와 기업을 유치하는 일도 한다. 그런데 해외전시사업자는 국내 업종코드 분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업종을 대변할 수 있는 협회·단체도 없어 주최자협회, 마이스(MICE)협회 등에 흩어져 각자도생하고 있다. 해외 지역마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업계 종사자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전문가 집단을 전시·마이스산업에서 많이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관련 이슈로는 입찰에 대해 먼저 얘기하고 싶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 전에 입찰 공고가 났던 것은 사태가 이렇게 될지 누구도 몰랐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도 입찰공고를 무분별하게 내는 공공기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언택트를 강조하는데 입찰공고를 내는 정부 산하기관들은 서류를 방문해서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진흥원 등 대부분 기관들이 나주, 진천을 비롯한 전국 지방으로 이전돼 있는 상황이기에 방문 제출 자체만으로도 인건비, 교통비 등 직접비에 시간까지 업계는 너무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 현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전시회가 취소됐을 때 이것에 의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류를 들이민다. 공고에는 낼 수 없으니 이 서약을 받기 위해 방문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최근 일부 진흥원이나 협·단체는 조금씩 바뀌고 있긴 하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공고를 내고 행사를 취소하는 행위들이 우리 업계에는 희망 고문이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한다.
입찰을 통해 선정돼도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경우 동일 사업 건에 대해서는, 정당한 절차로 선정된 회사에는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나의 회사인 넥스나인도 상반기에 네 번 정도 선정돼 각 기관에 지위보존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정부 정책상 불가능하다’는 말뿐이었다. 요즘 그 이유라도 알고 싶어 법 공부를 시작했을 정도로 답답하다.
또, 입출국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겪는 문제도 크다. 3월 프리뷰인대구 전시회에 인도를 비롯한 80개 전시업체를 유치했는데 전시회가 취소되면서 무산됐다. 이로 인해 금전적 손실은 물론이고 고객 신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전시사업자들의 피해사항을 살펴보고자 몇몇 관계자가 모여 네이버 블로그펌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 하루만에 524억 원의 손실이 났다고 순식간에 접수됐다.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나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양은석 :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업계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전시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고 많이 느꼈다. 관공서 담당자들만 하더라도 보직변경이 잦아 업계 전반을 숙지할 만하면 다른 부서로 옮긴다. 업계에도 숙련된 직원이 있기는 하지만 실무자들의 이직이 잦아 전시라는 개념 자체가 잘 정립되지 않은 것 같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서 집계한 전시산업 매출액 4조1600억 원 중 디자인설치업계의 매출은 1조770억 정도로 파악된다. 이는 562개사를 기준으로 한 통계로, 이를 기준으로 4월까지의 매출을 대략 추정해보면 3590억 정도다. 협회가 피해현황 신청을 받은 3월, 16개 업체가 접수했고 피해액은 770억 원으로 집계됐다. 3월까지만 보더라도 한 업체당 상당한 금액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6월 전시회까지 다 취소된다고 봤을 때 5000억 정도의 매출이 잠식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파트너와의 관계 문제다. 예를 들어 3월에 개최됐어야 할 전시회가 5월로 미뤄지고 다시 이 전시회가 취소된 경우, 디자인설치업체의 해당 전시회 담당자들은 1월부터 5월까지 디자인을 수정하는 등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전시회가 취소되면 파트너사와 대금 문제로 갈등이 생긴다. 우리 업계는 디자인 비용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고, 클라이언트사는 전시회를 개최하지 않았는데 부스디자인 비용이 나간다니 손해를 보는 느낌일 거다. 이렇게 얼굴을 붉히는 게 우리로선 큰 손해다.
관공서에서 입찰 공고를 낼 때 ‘코로나로 인해 취소된 건은 보상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것은 우리 업계에도 역시 문제다. 낙찰된 업체도 돈을 못 받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입찰에 참가한 2등, 3등 업체의 아이디어는 더 이상 입찰자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 과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등으로 안 그래도 힘들어하던 차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이런 와중에도 입찰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으니 고통스럽다.(계속)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