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분기 경제성장률 0.2%…1년6개월만에 최저
중앙은행은 "고물가 장기화에 주의…기준금리 더 올릴 것"
호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부진했다. 그러나 호주 중앙은행(RBA)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7일(현지시간)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지난 1∼3월 호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2% 늘어났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2021년 7∼9월 분기(-1.9%)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1년 전과 비교하면 2.3% 성장해 분기 대비·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모두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분기 0.3%·연 2.4%)를 밑돌았다.
경기가 둔화하는 데는 가계의 소비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가계 소비 증가율은 0.2%로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가계 저축률은 10∼12월 분기 4.4%에서 3.7%로 내렸다.
소비가 줄었는데 저축률도 낮아졌다는 것은 치솟는 금리와 임대료 등으로 인해 대출 상환이나 임대료와 같은 비소비 지출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지만 RBA는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RBA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10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 0.1%이던 기준금리를 3.6%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지난 4월 한 차례 금리를 동결한 뒤 전날까지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는 11년 만에 4% 위로 올라온 상황이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이날 시드니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주최 서밋에 참석해 금리 인상과 관련, 물가상승률이나 임금 인상, 주택 가격 재상승 등의 현상이 예상 이상이라며 "이러한 위험성과 상당히 장기화한 고물가 현상을 목표치로 돌리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 인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고물가 현상이 너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위험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도 예상치를 조정할 것"이라며 추가 긴축 의지를 보였다.
이 때문에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당초 4.35%로 봤던 호주 기준금리 최고점 예상치를 4.85%로 상향했다.
경기가 둔화하고 가계의 부담이 커지자 금리 인상은 정쟁의 대상으로 번지고 있다.
야당은 현 정부의 대규모 복지 정책과 지난 2일 단행된 법정최저임금 인상 등이 호주의 고물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막대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물가가 더 오르니 RBA는 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수밖에 없어 결국 서민들의 고통만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이번 성장률은 정부의 예상과 일치한다"라며 정부 정책과 물가상승률은 관계가 없고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