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폭락한 튀르키예... 에르도안 연임 성공했지만 경제 앞날 불투명
튀르키예의 권위주의 장기집권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대선 결선에서 승리해 연임을 확정하면서 ‘종신집권’에 가까워졌다.
이번 결선투표는 지난 14일 실시된 튀르키예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실시됐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의 득표율을 올렸고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44.88%로 뒤를 이었다.
실제 1차 투표 직전까지 시장은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난, 대지진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 등으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에르도안 대통령은 탄탄한 지지 기반을 재확인했다. 이번 결선투표에서는 개표 초기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보다 11%p 높았지만, 이후 격차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번 승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8년까지 추가로 5년간 집권하게 된다.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당선되면 추가 5년 재임 가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도 집권할 수 있다. 이 경우 2003년 첫 집권 이후 2033년까지 최장 30년에 달하는 장기집권이 가능해져, 사실상 종신집권도 노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 2017년 개헌을 통해 부통령과 법관에 대한 임명권, 의회 해산권, 국가비상사태 선포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등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하기 위한 행보를 강화해왔다. 터키계 독일 정치인 젬 오즈데미르는 “에르도안은 현대의 술탄이 되고 싶어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리라화 폭락, 튀르키예 경제정책 불신 영향 =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선 발표 직후 저녁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대선 승리 후 매파적인 어조로 정적들을 저격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높은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자신의 기존 경제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 직후 튀르키예의 통화인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간 고물가 상황에서 다른 주요국이 금리를 올릴 때 오히려 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펴며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왔기에,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지난 5년 동안 현지 통화는 달러 대비 가치의 거의 80%를 잃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하는 것과는 반대”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튀르키예는 지난 수년간 리라화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으나 국내 자산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국제무대를 향한 야심에 걸맞도록 국내 재정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에르도안의 최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해 2030년까지 집권을 연장하면서 튀르키예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에르도안 집권 30년에서 튀르키예가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문제의 새로운 징후가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선거 발표 당일인 5월 28일 리라 환율은 달러당 19.93리라였으나 이튿날인 29일에는 종가 기준 달러당 20리라를 넘어섰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튀르키예 통화 가치가 올해 더 떨어져 예상보다 더 이르게 달러당 26리라 또는 28리라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 겸 외환전략가 브렌던 맥케나는 와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이 선거 후에도 직책을 유지한 결과 튀르키예 리라화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맥케나는 리라화가 2분기 말까지 달러당 23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뒤 이르면 2024년에 달러당 25리라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리라화는 지난 5년 동안 달러 대비 가치가 약 77% 하락했다. 멕케나는 튀르키예의 비정통적인 통화정책 틀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사의 티모시 애쉬 수석 독립전략가는 “리라 약세의 큰 움직임과 구조적 경제위기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에르도안이 빠르게 움직이고 심섹(마흐메트 심섹 전임 터키 재무장관, 시장친화적 정책을 편 것으로 평가됨) 같은 사람들을 주요 경제 인사로 채용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그런 인물(심섹)이 필요한 경제정책 변화를 만들 만큼 충분한 자유를 얻겠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는 튀르키예의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보다는 성장과 수출 경쟁 추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파격적인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불안한 외환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관계가 좋은 국가들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경제, 은행, 금융 시스템은 매우 튼튼하다”며 “최근 걸프 국가들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우리 시스템에 돈을 비축했고 이는 잠시나마 우리의 중앙은행과 시장을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몇 년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중국, 한국과 280억 달러가량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외국계 자금이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감소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최근에는 외국과의 통화스와프 거래보다는 현지 통화 대신 달러나 유로를 이용하는 외화당좌계좌(depo account) 서비스를 선호한다고도 매체는 덧붙였다.
한편, 이스탄불 코치(Koc)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무라트 소머는 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은) 실제로 그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비정통적인 경제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그는 통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것들을 정통적인 조치들과 결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탄불=AP/뉴시스] 5월 2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도심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주 전 1차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했으나 이날 결선투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