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 모두에 생기겠지만, 시장을 보는 주체들은 대체로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시장에 눈독을 들인다. 피해가 막대한 우크라이나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크라이나도 막대한 재건 시장을 언급하며 글로벌 기업들에 손짓하고 있다.
●전쟁 끝나면 세계 최대 건설시장 생긴다 =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대 건설 현장으로 바뀔 것”이라며 한국의 기업들을 비롯한 세계 수천 개의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참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알려진다. 키이우경제연구소는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손실 등 직접적인 피해액이 지난해 11월 기준 1260억 달러(약 163조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조 달러(약 1300조 원)의 복구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고, 세계은행은 6000억 달러(약 780조 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후 복구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우리 돈으로 1380조~750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외신에 따르면 2월 15일부터 16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박람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우크라이나 외교부,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등이 후원했고,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22개국의 300여 개 정부기관, 민간단체, 건설·제조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 측에서는 주폴란드 한국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TRA 바르샤바·키이우 무역관, 해외건설협회가 참여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현황, 개발 협력 활동, 건설 분야 유망 국내 기업 등을 소개했다고 알려진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박람회에 24개 도시와 지자체가 대표단을 파견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도시의 주요 시설이 파괴된 항구 도시 마리우폴, 수도 인근의 도시 부차와 어핀 등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외국 기업을 상대로 도시 재건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요청했다. 세르기이 자하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올해 안에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는 시민들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서둘러 민간 주거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마리우폴의 약 90%가량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말까지 우크라이나 내 인프라 손실 복구 비용은 1400억 달러 수준이었다”며 “(재건 사업 지원은) 한 지역이 대상이 될 수도, 한 도시, 또는 산업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하나의 지역을 언급하길 기다리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1억 달러를 투자해 곡물터미널을 지은 미콜라이우(Mykolaiv)가 예가 될 수 있다. 미콜라이우의 주지사도 고려인 출신 비탈리 김이다. 이 지역은 러시아 점령지와 정확히 인접해 있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농업분야 외에 우크라이나 국가재건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연대’ 국제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재건 지원을 위해 물자와 자금을 모으는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파리=AP/뉴시스] |
●한국기업들, 우크라이나 조달시장 참여 관심 = 한국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2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우크라이나 조달시장 진출 설명회’가 열렸는데 이날 설명회에는 당초 주최 측의 예상(150명)을 훨씬 넘는 400여명의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조달청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최한 이날 설명회에서는 교육지원, 난방용품, 의료설비 등 단기 조달부터 전후 복구, 인프라 재건 등 장기 조달 프로젝트 사업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참여 전략이 소개됐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설명회에서 “우크라이나 복구 프로그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재건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방위산업, 농업, IT산업, 재생에너지, 물류 개발, 건설 등 분야에서 민간 투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건과 관련된 투자를 위해 최적의 조건을 제시하는 데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발 분야의 모범 사례를 적용해 새롭고 현대적인 혁신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디아 비건 우크라이나 경제개발무역부 차관은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공공조달플랫폼을 소개하며 국내 기업의 참여를 촉구했다.
비건 차관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공공조달플랫폼을 통해 외국 기업이 계약한 규모는 129억 흐리우냐(약 4500억 원) 수준이며 전체 입찰업체 중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5%로 큰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가장 인기 있는 투자 부문은 식품, 연료, 의료장비, 건설 서비스, 농산물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건설이 투자 부문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엔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우크라이나 공공조달시장에 접근하는 전략도 소개됐다. 김만기 KAIST 경영대 교수는 “유럽연합이나 유럽부흥개발은행, 세계은행, 유엔 등을 통해 공공조달 시스템에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며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당장 ‘시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경제가 30% 이상 무너져 자체적으로 재건에 나서긴 힘들다.
●문제는 복구비용 조달과 참여 기회 보장 = 2차 대전 이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천문학적 비용을 누가 댈 것이냐 하는 문제다.
현재로선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꼽힌다. 이들을 중심으로 ‘제2의 마셜플랜’이 추진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 재건 시장 역시 EU와 미국 기업이 대부분 가져간다고 봐야 한다. 제3국에겐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지원을 했느냐 하는 점도 재건 시장 참여와 함수관계가 생긴다. 영국 <텔레그래프>가 최근 러시아 침공 이후 57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도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57개국 중 27위다. <텔레그래프>는 각국의 러시아와의 무역,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지원, 중화기 제공 현황에 부문별로 1∼4점을 부과하고 이를 평균 내서 비교했다.
여기에서 폴란드, 영국, 체코, 노르웨이, 미국 등 18개국은 3점대로 적극 지지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은 2점대 하위권으로 전체 27번째이고, 일본은 1.25∼2점 중 상위권으로 30번째다. 가장 소극적인 15개국엔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이집트, 세르비아, 중국, 이스라엘, 인도 등이 꼽혔다.
러시아에 전쟁배상금을 부과해서 이를 충당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월 1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법을 서방 동맹국들이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전국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폴란드와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EU 지역에 동결된 러시아 국가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 입장에 섰거나 러시아산 원유 등을 도입하면서 간접적으로 러시아 지원에 나섰던 중국과 인도는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대신 이들은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 시장에 대한 ‘과점’ 지위를 얻었고 러시아로부터 싼 값에 원유와 원자재를 도입하는 특혜를 누렸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