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과 러시아는 ‘혓바닥 냉전 중’
“푸틴은 살인자” vs. “바이든, 건강이나 챙겨라”
대선개입·나발니·우크라이나 등 이슈서 ‘신경전’
러시아가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미국과 계속해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역린을 건드리며 악감정을 쌓는 가운데 미중관계와 더불어 미러관계 갈등 또한 구조적인 문제로서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 5월 14일 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미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해 공관 운영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있는 미국 공관은 현지 인력을 한 명도 채용할 수 없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오는 8월 1일까지 이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대선개입, 대규모 해킹 등을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한 데 따른 조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월 비우호적 국가의 공관 운영을 어렵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는 다른 나라에도 이런 조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체코 정부도 러시아로부터 비우호 국가로 지정되면서 현지 채용 인력이 19인으로 제한됐다. 체코는 2014년 탄약고 폭발 사건에 러시아가 연루됐다는 이유로 마찬가지로 러시아 외교관을 내보냈던 바 있다.
미러관계 악화는 오랜 세월 누적된 바 있지만, 올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나발니의 독살 사건에 대한 푸틴 정부 책임론은 물론, 2016년과 2020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논란이 미 정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자리한 까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5월 17일 발표한 ‘바이든 시기 러시아와 미국 관계의 주요 이슈와 전망’ 보고서에서 “바이든 시기 러시아와 미국 간 갈등 구도의 이면에는 양국 간 세계질서에 대한 시각, 지정학적 이해관계, 가치 규범 등에서 상당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러관계 당면현안으로 미 대선개입 논란과 나발니 사건에 이어 ▷우크라이나 및 시리아 사태 등의 지정학적 갈등 ▷노르드스트림-2 프로젝트에 대한 제재 ▷미국의 대러시아 추가 경제제재 조치 ▷에너지(셰일가스와 천연가스) 패권 다툼 ▷북극 및 우주 개발 경쟁 등을 꼽았다.
▲지난 5월 1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옴스크 지방정부의 알렉산드르 부르코프와 미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바이든, 나발니 독극물 테러에 일침 = 바이든과 푸틴의 대표적인 설전 중 하나는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에 대한 것이다. 지난 3월 17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 석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상세한 설명이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그렇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 공격의 배후에 푸틴 정부를 매우 직접적으로 지목한 것이다. 민감한 문제에 외교적·비유적 표현 대신 매우 직설적인 화법을 선택한 까닭에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혔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러시아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다. 그는 작년 8월 20일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기대에서 건강 이상을 호소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나발니는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지만, 독일 정부는 그가 독살시도를 당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3월 1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반도 병합 7주년을 기념해 크림 및 세바스토폴 지역사회 대표자들과 온라인 미팅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자신을 살인자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비유와 예시를 통해 강력하게 반박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다툼을 비유로 “타인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며, 바이든을 ‘똑같은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을 챙기는 일이 우선일 것”이라며, 미 대선 기간 고령인 바이든 후보를 향한 건강 문제 논란이 계속되었던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핵폭격·아메리카 원주민 학살·흑인 노예 문제 등 세계 역사의 주요 이슈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현안 이슈에 대한 온라인 공개 토론 등을 제안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손 뻗는 바이든 = 아울러 미국은 러시아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개입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에 군대를 집결해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켜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 사이 무력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양측은 작년 7월 22일 추가로 정전통제 조치에 합의했지만, 지난 2월 말부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민간인을 포함한 양측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매일 국경에서 총격전이 보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올해에만 반군 공격으로 병사 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우크라이나로 보내 러시아의 신경을 건드렸다. 블링컨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외교 정책에서 우크라이나가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6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그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밝혔다. 이날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한 회담에서 러시아 견제 의사를 표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불가침성, 독립’과 관련한 미국의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두 가지 도전과제에 직면했다”며 “러시아로부터의 외부 공격이 있다. 또 부패, 신흥 재벌 및 우크라이나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다른 이들에서 기인한 내부 공격이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지원 강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 정부가 상황을 “매우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리는 당신들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3국에서 만나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안했지만, 러시아 크렘린궁이 이 제안을 수락할지는 알 수 없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