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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나빠질 가능성

작성 2023.09.19 조회 1,407

 

중국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나빠질 가능성

WSJ, 장기침체 거론... 높은 수준의 부채·인구 구조·지정학적 긴장

 

리창 중국 총리 [중국 외교부 제공]

중국 경제가 일본이 1990년 이후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현상을 가리키는 '잃어버린 30년' 시기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높은 수준의 부채와 인구 구조, 대외 환경 등 과거 일본은 겪지 못했던 난관에 직면해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현재의 중국과 30년 전 일본 사이에 높은 수준의 부채와 인구 고령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징후 등 많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중국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일본은 2차 대전 후 경제 팽창기 미국 정치인들과 기업 경영자들이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로 수출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정부 당국은 금리를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인하했지만, 소비자와 기업들이 신규 지출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에 나서는 대신 부채 상황에 나서면서 성장세는 반등하지 못했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이를 두고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중국 역시 오랜 기간의 눈부신 성장 끝에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고 있다. 아울러 중국 소비자들도 대출과 지출을 늘리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현재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황에 나선 상황이다.

 

WSJ은 특히 1980년대 거품 붕괴 이후 일본에는 없었던 문제들을 중국이 안고 있다고 지적한 뒤 과거 일본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직면한 과제들은 당시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부채와 인구 구조, 지정학적 긴장 등이다.

 

우선 부채 문제의 경우 JP모건에 따르면 지방정부를 포함한 중국의 총 공공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5%에 달했다. 1991년 일본 부채가 GDP의 62%였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한 중국의 인구는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일본은 거품 붕괴 후 약 20년 뒤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중국은 이미 작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외 환경 역시 일본이 어려움에 놓였을 때보다 훨씬 나쁘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이 첨단 기술에 접근하는 걸 막으려 하고 있고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낮추려 한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작년 급감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일본도 오래전에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큰 압박을 받았지만, 중국처럼 '신(新)냉전'을 각오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민간 부문을 단속해온 중국 정부가 과거 일본 정부와 비교해 이념적으로 경제 성장을 지탱하려는 의지가 낮아 보이는 점도 악재다.

 

씨티그룹의 조안나 추아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전반적인 성장 전망이 일본보다 더 급격하게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지금까지 중국의 정책 대응은 경제를 '일본형 경제 불황(Japanification)'의 길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완만한 금리 인하를 포함한 몇 가지 단편적 대응책만 내놓은 채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는 주저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더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반면에 중국의 자산 거품이 과거 일본보다 크지 않다면서 중국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부동산 가치가 2014년 GDP의 170%에서 2020년 260%로 정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한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도 2021년 GDP의 80%로 고점을 기록한 뒤 현재 6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비교해 일본의 토지 가치는 1990년 GDP 대비 560%에 달했다가 1994년 394%로 떨어졌다. 도쿄 증권거래소 시총은 1982년 34%에서 1989년 142%로 불어났다.

 

또 중국의 도시화율은 작년 65%로 1988년 77%였던 일본보다 낮은데, 이는 중국에 생산성과 성장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

 

아울러 중국이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점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 위험을 낮춘다. 일본은 최근 수십 년간 몇 차례에 걸친 엔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인해 어려움에 부닥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중국이 대차대조표 불황에 갇혀있다는 우려는 지나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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