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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시대에 살아남는 일본 오프라인 매장의 비결
  • 대륙아시아
  • 국가일본
  • 업종서비스
  • 품목IT(S/W, 전자상거래 등)
  • 출처
#오프라인매장,# 전자상거래,# 아마존

2019-05-15 192

아마존 시대에 살아남는 일본 오프라인 매장의 비결

‘생선가게 씨’, ‘야채가게 씨’, ‘커피가게 씨’… 일본에서는 종종 가게를 부를 때 ‘~씨(さん)’라는 호칭을 붙인다. 모든 가게에 사람 이름을 부르듯 친근하게 ‘씨’를 붙이는 것은 아니고 나름의 기준이 있다. NHK 방송문화연구원에 따르면 ‘~가게 씨(屋さん)’라고 부르는 가게는 ‘자주 이용’, ‘소규모’, ‘가족경영’, ‘독립점포’, ‘이웃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의 키워드를 갖는다.

이처럼 일본에는 고객과 가게의 유대가 중시되는 독특한 호칭 문화가 있는데 최근 전자상거래가 급속 성장하면서 이러한 일본의 상거래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아마존 재팬, 라쿠텐, 야후쇼핑 3대 플랫폼이 일본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반을 점유할 만큼 소수 공룡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마존 재팬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아마존 재팬은 5년간 연평균 17.2%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급기야 매출 1조 엔을 넘겨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7년 9.1%의 성장률을 보였고 작년에는 1224억6000만 달러, 올해는 1341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에서 지출한 3대 분야로 의류, 가전제품 같은 ‘소비재’(52.1%), 여행예약, 음식배달 등 ‘서비스’(35.4%), 온라인 게임, e북 등 ‘디지털’(11.7%)을 꼽았다.

아마존은 이미 일본 소비자의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사하면서 아마존 재팬에서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모든 가전제품을 구매했다는 소비자가 있다. 제품가격 란에 ‘프라임’이라고 기재된 상품은 배송 희망날짜와 시간까지 정할 수 있어서 바쁜 직장인에게는 이용하기가 편하다. 그러나 모든 제품을 아마존에서 살 것 같은 일본인도 인터넷에서 사지 않은 상품이 있다. 바로 소파 제품 ‘니토리’다.

니토리는 SPA(제조·판매 일괄) 가구, 인테리어, 생활잡화 브랜드다. 일본의 SPA 브랜드는 아마존에서는 팔지 않는 상품만 매장에 진열하기 때문에 ‘아마존 효과’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직접 하는데 노무라증권의 애널리스트도 “인터넷 쇼핑몰에 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 상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할 정도다. 그러나 단순히 PB 상품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SPA의 전형적인 전략은 철저한 비용 관리를 통해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다. 니토리는 물류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했다. 로봇이 컨테이너의 입출고를 담당하는 창고형 픽킹 시스템 ‘오토 스토어’로 작업효율은 3.8배가 향상됐고 재고면적은 40%가 줄어 물류비용을 크게 줄였다.

SPA 브랜드 전략과 첨단 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을 통해 부활한 지역 할인점도 있다.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대형 할인점 트라이얼은 전국에 22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할 정도로 급성장한 기업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보급이 확대되자 트라이얼은 인터넷에서 사기 어려운 신선 제품과 도시락 제품에 주목했다. 품질을 높이고 IT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도시락의 맛은 교토 고급 요정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 요리사를 영입해 향상시켰다. 하지만 안심 가츠동 같은 푸짐한 도시락 제품 가격은 여전히 299엔의 저가를 유지하고 있는데 매장에 IT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트라이얼 매장에 가면 바코드와 태블릿이 부착된 쇼핑카트가 눈에 띈다. 상품을 바코드로 찍으면 태블릿에 가격과 정보가 표시되고 구매 버튼을 누르면 전용 선불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고객은 계산대 줄에 서지 않고 가게는 계산원을 줄여 인건비를 아껴 저렴하고 질 좋은 자체 상품 개발에 주력할 수 있다.
단순히 책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서점업계의 변화는 츠타야가 주도하고 있다. 츠타야는 서점과 카페가 하나가 된 북카페의 선두주자로 지금은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더욱 진화된 점포를 개점했다. 후쿠오카의 롯폰마츠점은 ‘여행’, ‘음식’, ‘육아·학습’, ‘음악’, ‘패션’, ‘예술’ 등 6개 관으로 매장을 나누고 각 관은 테마와 관련 있는 상품을 진열하고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몄다.

예를 들어 음식관에서는 요리 교실을 열고 식기나 조리기구도 판매한다. 점포에서는 매일 1~2회 행사를 개최해 개점부터 10개월간 500회가 넘는 행사를 열었다. 테마와 관련된 상품 판매와 행사 개최에 따른 공간 사용료 수입이란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 ‘무지’로 잘 알려진 무인양품은 작년 3월 리뉴얼 오픈한 오사카의 이온몰 사카이 키타하나다점에 신선 제품 매장을 열었다.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채소와 계절에 따라 항구에서 직접 가져온 생선들을 판매하면서 체험까지 더했다. 포장마차와 같은 매대를 설치하고 좋아하는 생선을 고르면 초밥용 밥에 올려 ‘가이센동(해산물 덮밥)’을 즉석에서 만든다. 덮밥은 매장 중앙에 위치한 넓은 공간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매장 안 식당에는 샐러드와 가지구이, 시금치 그린카레 등 약 20가지 요리를 제공하는 채소 중심 뷔페도 있다.

무인양품은 지역 밀착형 점포를 열면서 “그 지역에서 나는 채소는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리뉴얼 오픈한 이 점포는 토요일이면 하루 3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타케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방식으로 ‘가게 씨’라는 호칭을 얻었다. 타케야는 자전거, 손목시계,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데 제품별로 전문지식을 보유한 직원들을 배치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없지만 고객 서비스야말로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손님이 찾는 상품과 정말 필요로 하는 상품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77명의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점원들이 고객에게 무엇이 최선의 상품인지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문성이 높은 직원은 일본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도 끌어들인다. 외국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셀렉트 우에노점은 외국인 스탭을 채용한 뒤 기존 전문지식을 보유한 일본인 스탭과 짝을 이루어 상품을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했다. 덕분에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에도 8% 오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문지식을 활용한 고객 서비스는 고객과의 신뢰관계 또한 돈독히 해준다. 타케야 회원 카드 데이터에 따르면 1년에 360일 이상 쇼핑하는 손님도 있고 ‘우리 집 물건은 모두 타케야씨에게 구매했다’고 하는 손님도 있다. ‘가게 대 사람’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을 생각한 일본 소매업계의 전략은 ‘가게 씨’가 아마존의 위협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잘 보여준다. 체험을 팔고 오감을 만족시키며 고객감동을 실천해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가 소비자 5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47.5%)’이었고 그다음으로 ‘가까워서(39.8%)’였다. ‘점원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23.3%)’, ‘상품 진열이 매력적이거나 알기 쉬워서(20.4%)’라는 응답도 많았다.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특별한 장점이 없는 한 오프라인 점포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소매기업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체험형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 연령대, 목적,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어떤 체험을 팔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젊은 여성 소비자층을 겨냥해 고객의 피부색을 측정해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팔 수 있고 전기면도기를 찾는 남성 소비자들에게는 매장에서 털의 굵기, 자라는 빈도, 피부 민감도를 테스트해 제품을 추천한 뒤 셰이빙 크림, 애프터셰이브 스킨 등을 함께 판매할 수도 있다.

전국 단위로 체인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지역기반 점포 개점을 고민한다면 점원-고객 유대와 함께 고객-고객 간 유대를 형성하는 커뮤니티형 점포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물건을 사러 오지 않아도 사람을 보러 자주 매장에 들르다 보면 결국 하나라도 구매하게 된다.

아마존이 일본 유통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마존이 팔 수 없는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보다 체험을 판매하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에 힘써야 한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