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로 금융안정 도모
한-미 통화스왑 체결, 한은 “시장 불안 완화” 평가
“현존 외환보유량 많아… 외화 다 빠져나가도 커버”
우리나라가 미국과 신규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의 통화스왑(currency swap)을 추가로 체결하는 것이 금융안정에 유용한 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존에 우리나라는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캐나다 등 7개 국가와 양자 통화스왑을 맺고 있었다. 이외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중·일) 회원국들과 맺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등 다자 스왑도 있다.
여기에 3월 20일 들어 미국과의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협정이 체결되면서 집계 가능한 통화스왑의 총 규모만도 1932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특히 캐나다와는 한도가 없는 데다 만기도 특정되지 않은 상설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규모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통화스왑 계약 규모는 2008년의 두 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국내 금융시장의 달러 부족 현상을 완화해 시장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환율은 전날의 급등분을 만회하며 40원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통화스왑 체결에 대해 “한국으로서도 달러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현재 외환시장의 불안도 결국 달러 수요 증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스와프의 가장 큰 목적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달러 부족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이것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것을 완화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평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과거 금융위기 시절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예전처럼 외화가 일시에 다 빠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때문에 이번 통화스왑 체결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통화스왑이란 양 국가가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서로의 자국 통화를 일정 기간 교환하는 금융 계약을 말한다. 흔히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담보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에 비유된다. 달러 등 안정적인 통화를 보유한 국가와 스왑을 맺어 두면 유동성 위기가 생기더라도 계약 상대국 외화를 가져올 수 있게 돼 국내 자금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과 함께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급등했다. 특히 국내 증시 급락에 달러당 1300원 근처까지 접근하며 10년 내 최고 수준의 환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통화스왑 자금 조달 기대와 함께 환율 그래프도 서서히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통화스왑 체결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대내외 충격에 민감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 안전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금융 안전망 및 외환 정책 투명성 제고의 의미와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7년 이후 한국이 양자 스왑 체결을 늘려왔던 것을 두고 대외 금융 안전망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KIEP는 “필요할 때 국제 통화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는 건 대내외 충격에 대한 방패막이 강화됐음을 의미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안에 대한 대응력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지난 16일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 하에 과거에 해보지 않은 비상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통화 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 20개국(G20)과 통화스왑을 적극 체결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여타국가와의 통화스왑도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여전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중앙은행간의 금융협력 차원에서, 그리고 외환시장의 안전판을 더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주요국과의 협력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도 한국과 통화스왑 필요성 느껴 =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 등 9개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국채, 금까지 팔아 치우며 달러 확보에 나선 가운데 나온 조치다.
현지 기준 1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보도하며 연준의 통화스왑 체결 결정은 자금 압박이 전면적인 위기로 진화하는 걸 막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최근 화장지처럼 달러를 사재기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러 유동성 우려가 고조됐었다. 연준은 이날 한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과 통화스왑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에서 통화스왑에 대해 “글로벌 달러 자금 시장의 긴장을 완화해 국내외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한국을 포함한 14개국과 통화스왑협정을 맺었지만 대부분 종료했다. 한국과의 협정도 2010년까지 유지됐다가 이번에 다시 체결됐다.
자산관리 그룹 야누스 헨더슨의 채권 담당자 닉 마루토스는 “사람들이 가장 안전한 자산을 원하고 있고, 그건 달러”라며 “사람도 은행도 달러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람들이 가능한 최대한 방어적이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는데, 이는 현금을 쥐고 약간의 자산을 보유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세계 무역과 통화 대부분에서 쓰인다. JP모건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 달러로 표시된 세계 부채는 12조 달러 혹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 규모다. 최근 코로나19로 공급과 수요가 모두 붕괴 위기에 놓였다. 기업들은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갚아야 할 달러 부채를 안고 있는 처지다.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의 이코노미스트 브래드 세서는 “글로벌 경제의 어떤 부분도 코로나19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듯, 달러 자금 시장이 붕괴하면 세계 경제의 어떤 주요한 부분도 보호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외환 전략가 캘벤 체는 스왑 라인이 배치된 국가에서 초기에는 큰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달러 조달 압박이 완전히 완화되려면 금융시장이 정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성장과 건강에 대한 변동성, 우려가 남아있는 이상 신용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