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위안화 약세 '차단'보다는 '속도 조절'로 대응"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을 틀어막기보다는 하락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올해 세계적인 달러화 초강세 흐름 속에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금까지 10% 이상 하락했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28일에는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2위안 선까지 깨고 상승, 역내·역외 환율을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인민은행은 같은 날 "위안화 환율의 상승 또는 하락 일변도에 베팅하지 말라. 장기간 돈을 걸면 반드시 잃는다"고 강조하며 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8월부터 위안화 약세에 대응해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기준환율을 고시했으며, 최근에는 자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 지급준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 당국의 대응 목적이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혼란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가계·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위안화 가치 하락을 아예 막을 수 없다면 느리고 꾸준한 방식으로 하락하게끔 하는 것이 당국 입장에서 최선이라는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헤런 림은 "그들(중국 당국)은 완만한 위안화 약세는 꺼리지 않는다"며 "우려하는 것은 약세 속도"라고 전했다.
경제 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허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달러 강세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동력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장의 추세를 뒤집으려고 시도하면 실패하고 인민은행의 신뢰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민은행 입장에서) 더 나은 경로는 아마도 현 (강달러) 추세가 진행되도록 놔두면서 변동성을 제한하고 불가피한 방향 전환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인민은행은 향후 위안화 매도를 제한하기 위해 외환 거래 비용을 올리거나 위안화 기준 환율을 결정할 때 '경기대응 조정 요인'을 포함해 재량적 판단의 여지를 넓히는 등의 추가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수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외화 수익을 위안화로 환전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WSJ은 관측했다.
[뉴시스 제공]